[엔드뷰 이윤오 기자] 예술은 끊임없이 확장하는 우주와 같다. 특히, 미디어아트는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하면서 예술 자체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이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미디어아트 초기에는 비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시각매체를 활용한 시각예술작품에 가까웠다면, 1980년대에 미디어아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설치미술, 인터랙티브 아트, 인터넷 아트의 형태로 구현되기에 이르러, 현재는 청각적·촉각적 요소, VR, AR을 포함하는 다차원적 예술형태로 확장되어왔다. 또한, 미술관 등 특정장소에서만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공공장소, 상업공간 등 일상공간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되면서 생활밀착형 예술로 거듭났다.

이런 흐름 속 미디어아티스트들은 창의성에 대한 탐구의지로, 꾸준히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예술의 본질과 그 속에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즉, 그들은 인간의 감정, 감성, 경험을 디지털 매체에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기위해 노력해왔다. 어찌보면, 이 노력은 디지털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한 도전이자, 작품의 해석에 있어서 관객과의 깊은 교감을 이끌어내기위한 혁신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미디어아티스트들의 도전과 혁신은 미디어아트가 단순 디지털 기기가 생산한 아트에 머물러 있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다.

국내 미디어아트 레이블 버스데이(VERSEDAY)는 미디어아트 본연의 ‘예술로서의 가능성 확장 가치’를 잘 실현하고 있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이들은 늘 새로운 시도와 고민 속에 독창적인 해답을 찾아내, 관객의 감각과 감정을 자극하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제껏 이들이 수행했던 ‘메가이벤트’(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폐막식 공연’,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폐막식 2019’, ‘2021 DDP SEOUL LIGHT’ 등), ‘사이니지 전시’(서울대학교 선큰공간, 서울시 스마트정류장 등), 장소기반 전시(DMZ 실감미디어센터, BEING BEING 氷 BY 원형하는 몸‘ 등) , ’기획전‘(FRIZE SEOUL 2023:LG OLED × WHANKI, THE ORIGIN 시리즈 등)의 유형별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었다.
지난 8월 7일(수) 마포구 소재 버스데이 레이블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대표님과 이사님을 만나뵐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버스데이가 어떻게 자신과 타인의 예술영역을 확장해왔는지, 그간 구축해온 예술세계와 비전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버스데이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 버스데이가 그리는 디지털 유니버스

Q. 버스데이는 어떻게 결성되었나
▶버스데이는 순수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멤버들이 생계와 창작 활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대학졸업 후, 전업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걷는데 어려움을 느껴서, 상업미술, 영화작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가 생산한 창작물에 대한 지분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같은 고민을 공유하던 동료와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향하면서 독립된 팀을 만들어보자 했던게 버스데이 레이블이다.
Q. 버스데이가 추구하는 철학 혹은 비전이 궁금하다.
▶우리는 “재능(GIFT)으로부터 비롯된 창작물은 공동체에 돌아가야 하는 선물(GIFT)”이라는 철학을 실현하고자, 미디어아트 본연의 성질인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예술을 생산하고, “누구나 예술로 전해지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공공과 소통하는 예술을 추구한다. 따라서, 단순히 아티스트로서의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하기보다, 레이블 멤버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도 예술을 매개로 자신을 이야기하고”, 예술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한다.
# 섬세한 상상력을
디자인하는 버스데이의 발걸음

∥기회의 확장
Q. 버스데이의 작업과정을 <기회의 확장> 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의미인가.
▶지금까지 수행한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별 작업과정의 디테일이 조금씩 달랐어도, 특정 프로젝트나, 특정 아티스트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해왔다. 협업을 하면서 미디어아트 진입을 어려워하는 창작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미디어아트와의 협업이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협업이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아티스트들의 아이디어가 녹아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만들어질 기회가 확장되고, 더 넓은 관객층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확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분야의 확장
Q. 퍼포먼스, 뮤지컬, 도예, 과학, 인문,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해왔다. 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결국, 기획의도를 어떻게 해석해서 새로운 예술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다. 국내 대표 댄스문화 컴퍼니 원밀리언 대표 아티스트 리아킴과의 프로젝트를 예로 들자면, 리아킴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그래픽으로 재해석해, 디지털의 영역에서 퍼포먼스를 새롭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또, FRIZE SEOUL 2023에서 김환기 화백의 유작 2점을 미디어아트로 디지털라이징했었는데, 이때 중점적으로 고려한 것이 김환기 화백 원작의 색감표현과 김환기 화백이 작업을 해온 응축된 시간을 어떻게 재해석해서 화면에 담을 것이냐였다. 《14-III-72 #223》의 경우, 움직임의 속도가 다른 레이어들을 중첩시켜나가면서 표현하고자 했었다. 
∥가치의 확장
Q. 미디어아트의 사회적 역할의 선구적인 사례가 버스데이의 GIFT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설명해달라.
▶서울대학교병원과 정기적 미디어아트 전시협약을 맺은 프로젝트다. 서울대학교병원의 sunken정원에 볼만한 영상이 없어서 막연하게 우리가 만든 것을 기부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학교 박제성 교수님께 교수님이 생각하고 있는 작품방향이 있다면, 우리가 해석해서 구현하겠다고 설득해서 시작하게됐다. 당시 내원객들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고, 따뜻한 연말연시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했었고, 5명의 개성있는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SHINING DUET》, 《SML Christmas》, 《씨앗으로부터》, 《양자일기》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대상·경험의 확장
Q. 버스데이의 작품들은 전형적인 전시공간을 넘어 공공장소 혹은 상업공간에서 보다 많은 대중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작품을 향유할 수 있게됐다. 장소별 대표적인 전시를 소개한다면.
▶첫번째는 오는 8월 29일(목)에 개막하는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전시다. 너비 222m 및 높이 29m 규모의 DDP 건축물 외벽 전체를 디지털캔버스 삼아, ‘Future Log’ 키워드 아래. 김환기 화백의 삶과 예술철학을 재해석한 초대형 영상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번째는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 파워플랜트, 국립과천과학관, 성수 에스팩토리에서 진행한 <THE ORIGIN>전시 시리즈다. 뮤지션 오혁과 협업하여 보편적 과학법칙 속에 내재된 인문철학적 메시지를 예술체험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세 번째는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홍대입구, 합정, 숭례문 소재 버스정류장에서 2년간 진행했던 공공미디어아트, ‘스마트쉘터’ 프로젝트다. 2년 전, 홍수이슈 이래, 현재까지 운영을 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CGV 극장에서 8월 한달간 선보이는 <깊이 빠져 보다: ALBERT>전시다. 아인슈타인의 빛과 시공간에 대한 연구업적을 어린시절 아인슈타인의 시선으로 과학의 신비를 풀어내는 스토리탤링으로 재해석했다.
Q. 공간의 변화에서 오는 예술경험의 확장도 있지만, 오브제 자체를 통해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버스데이만의 특별한 오브제가 있나.
▶<THE ORIGIN>시리즈에 쓰인 오브제들은 관객이 과학원리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THE ORIGIN: ISAAC>에서는 ‘그네‘를 이용해 중력의 힘을 직접 체험하게 했고, <THE ORIGIN: ALBERT>에서는 RGB 필터를 사용해 빛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THE ORIGIN: STEPHEN>에서는 ‘만화경‘의 원리를 활용한 조형물을 통해 관객이 다중우주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독특한 경험을 제공했다. 
∥사업의 확장

Q. IP사업을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티스트로서 IP사업을 시작하게된 계기와 현재 어떤식으로 전개되고 있는가.
▶창작자로서의 가능성을 최대한 확장시키고자 IP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틀과의 협업으로 분야·가치·대상을 확장해오면서, 자신이 제작한 작품이 한정된 공간에서만 소비되는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될 가능성 및 다양한 IP풀의 지속적인 확보가 가능함을 판단해, 생산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영역으로 이어지게 됐다. <THE ORIGIN> 시리즈 전시는 버스데이의 이러한 전략이 잘 녹아있는 첫 번째 전시다. 이 전시 이후, 앵콜전시, 사치캘러리전시, CGV극장전시 등으로 확장되면서 IP사업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 예술과 비즈니스의
교차점에서 찾는 버스데이의 길

Q. 버스데이로 활동하면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어떤식으로 극복했는지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
▶(대표님) 버스데이 레이블을 운영하는거 자체가 도전이다. 창립하고나니, 벤치마킹할 회사가 없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활동을 가리지않고 우리만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다. 초창기에는 이것저것 하고싶다는 목표가 생기면, 과연 이 길이 맞는가 의심부터 했다. 그러다 한발자국 더 가보자, 버텨보자했다. 약간 기우제같다. 비올 때까지 기도하는 것처럼. 혼자작업하던 예전과 비교해서 지금은 책임져야 할 친구들이 많아져서 중압감이 드는건 사실이다.

미디어아트 레이블 버스데이(VERSEDAY) 조대동 대표

(이사님) 작업대상 프로젝트가 항상 도전이었고, 해석의 대상이었다. 비교를 하자면, 김환기 화백의 경우,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표현방법들이 명확하지만, 우리는 모든 프로젝트가 해석의 대상이고, 어떤 경험을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의 대상이다. 이럴때 대표님이 세운 원칙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첫째. 원본성을 유지하고, 둘째, 쉽고 직관적으로 표현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하자. 이 두 가지를 염두해 두고, 새로운 해석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 버스데이가
항해하는 새로운 미래

Q. 준비 중인 프로젝트나, 계획 중인 일들이 있나.
▶우선, CGV전시가 8월 말까지 진행 중이다. DDP전시도 한창 준비 중에 있다. CGV전시의 경우, 감사하게도 전석 매진행렬이다. DDP전시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김환기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버스데이만의 미디어아트로 선보일 예정이다. DDP라는 공공건축물의 야외에서 이뤄지는 만큼 쇼를 보기위해 오는 관객들, 지나가다 보는 관객들 모두 미디어아트의 향연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버스데이의 예술적 비전과 가능성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Q. 버스데이의 장기적인 목표는 뭔가.
▶(대표님)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선례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버스데이가 가고 있는 길이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저런 방식으로 저렇게 잘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후배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버스데이만의 색깔과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길을 제시하고싶다.
(이사님) 대표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협업하는 아티스트들이 버스데이와 함께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유명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버스데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는 아티스트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버스데이를 통해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갔으면 한다. 
버스데이,
선도적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버스데이는 단기간에 다방면에서 성과를 냈다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자신들의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으며그 과정에서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창작의 기회 및 미디어아트로의 진입기회를 제공했고, GIFT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아트의 선한 공공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예술적 가치가 사회적 가치가 되는 성과를 냈으며정형화된 전시공간을 넘어, ‘대중의 공간으로까지 관람 대상을 확장해왔다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협업가치대상을 확장해가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결과, ‘서비스 사업으로도 확장시켰다.

이와같은 버스데이의 예술여정은 예술생태계에서 버스데이를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연결시키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구축되고 있음을 시사했다보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무한한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며새로운 문화트렌트를 선도하는 버스데이가 되길 기대해본다.